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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선박 수주 7배 폭발…조선업 18년만에 수퍼 사이클 부활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초대형 LNG 추진 컨테이너선이 오는 9월 인도될 예정이다. [사진 각 사]4~5년 주기로 부침을 거듭해온 국내 조선업계가 다시 ‘조선의 봄’을 맞고 있다. 올해 들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선박 수주가 급증하면서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조선업계 매출액 상위 3사의 수주금액은 1451000만 달러(약 16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17000만 달러)보다 7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한국조선해양은 총 86척, 72억 달러(약 8조원)어치를 수주해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129000만 달러)보다 6배 증가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2210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 삼성중공업은 51억 달러(약 5조70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6배, 10배 늘어난 수치다.

조선 3사 선박 수주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부진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수주량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업계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전 세계 해운업계의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필두로 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난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또 올해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중 상당수는 이중 연료 추진 방식을 갖췄다. 벙커C유와 천연가스 연료를 병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효율과 친환경 측면에서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24척 중 20척이 이 방식을 택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경기 불황을 겪고 나면 조선 발주는 늘어난다”며 “특히 상반기엔 컨테이너선 발주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카타르 LNG 프로젝트에서 나올 LNG 운반선 본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소 40~60척만 계약돼도 엄청난 물량이기 때문에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제작한 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설비(FPU) 아르고스가 운반용 선박에 실려 멕시코만으로 떠나고 있다. [사진 각 사]

앞서 한국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 석유 기업과 슬롯(도크 확보를 위한 사전 계약) 계약을 맺었다. LNG 운반선 1척의 가격은 약 2억 달러(약 2200억원)이다.

또한 조선·해운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1만2000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발주는 77척으로 지난해 1분기(7척)보다 11배 증가했다. 업계는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는 총 700척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가격도 소폭 올랐다. 클락슨리서치의 이달 신조선 선가지수는 132.71로 지난해 1월(129.76)보다 2.3%포인트 올랐다. 이달 13~14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1억13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1억900만 달러)보다 4% 올랐다. 또 이달 174000㎡급 대형 LNG 운반선 가격은 1억88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1억8600만 달러)보다 소폭 올랐다.

선박 발주가 늘면서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염가 수주’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진명 연구원은 “선박 수주가 늘어 조선소 도크가 찰수록 신조 가격은 올라간다”며 “이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조선업체가 선주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9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2년 6개월 치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며 “과거 수퍼 사이클 진입 직전인 2003년 초입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