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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TSMC, 미 반도체 공장 5개 더 짓는다"… 깊어지는 삼성의 고민

TSMC, 바이든 미 대통령 요청에 즉각 화답
삼성전자도 조만간 미 투자 계획 발표

tsmc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내 공장의 추가 건설 검토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12 TSMC 및 삼성전자 등 을 포함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요청했던 자국 내 투자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로이터 "TSMC, 애리조나에 총 6개 공장 운영 계획"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TSMC가 애리조나에 지으려는 공장을 당초 1개에서 6개로 늘려잡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최종 승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 최대 5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추가로 5개를 늘린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생산 일정이나 생산 규모, 투자 금액은 언급되지 않았다. TSMC는 지난달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3년간 설비 투자에 1000억 달러(약 112조6,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초부터 심각해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 계획을 무마시키기 위해 자국 기업을 포함해 한국, 대만 등 우방국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기술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 TSMC 등 동아시아 국가에 집중된 가운데 반도체 소비의 60%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동맹국 중심의 반도체 밸류체인 재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든의 요청에 TSMC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함께 중국 고객과의 거래도 끊고 있다. TSMC는 최근 중국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飛騰)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 페이텅의 제품은 중국 군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데, 지난달 미 상무부가 페이텅 등 중국 기관과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韓 반도체 최대 고객은 중국… 양국 사이 낀 삼성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TSMC 행보에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제2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갖고 텍사스주 오스틴 등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미 중국 시안(西安)과 쑤저우(蘇州)에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미국 정부에 이어 중국 정부까지 삼성전자에 투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삼성전자에는 중요한 시장이자 생산 거점"이라며 "설비투자를 두고 정치적인 판단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