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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英 총리 “인공호흡기 생산땐 세금혜택”… 다이슨에 ‘문자로비’ 논란



야권 “악취나는 불법행태”비난

존슨 “사과 안해… 옳은일 한것”


보리스 존슨(사진) 영국 총리가 ‘문자 로비’ 논란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대표에게 응급의료용 인공호흡기 생산을 요청하며 세금 혜택을 약속하는 문자 내용이 공개된 것. 야권에선 “악취 나는 불법적 행태”라고 비난했고, 존슨 총리는 “사과는 없다. 어느 총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21일 영국 BBC방송이 공개한 존슨 총리와 다이슨 대표 간 문자메시지를 보면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지난해 3월 다이슨 대표에게 인공호흡기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다이슨 대표는 세금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내가 고치겠다(I will fix it). 우린 당신이 필요하다”고 했고, 곧이어 “리시가 고쳐졌다고 말한다(Rishi says it is fixed)”고 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세금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이다. 이에 다이슨 대표는 감사를 표하며 “우리 인공호흡기 모두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영국에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며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의료장비의 부족이 우려됐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당은 “입이 떡 벌어질 일”이라고 했고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비즈니스 장관 루시 파월은 “억만장자 사업가가 총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즉각적인 정부 정책의 변화와 같은 응답을 받는다는 것은 악취 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는 이날 열린 하원 총리 질문 시간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 정부의 불법적 행위(sleaze) 패턴의 일부”라며 “총리의 개인 번호를 아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규칙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절대 사과는 없을 것이다. 어느 총리라도 이런 위급 상황에서 국민을 지킬 의료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했을 것”이라며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적절한 장비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다이슨 대표 역시 “당시 그 프로젝트로부터 어떠한 특별한 이익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다이슨은 열흘 만에 새로운 인공호흡기 ‘코벤트(CoVent)’를 개발해 1만 대 이상을 영국 정부에 공급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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